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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고의 계절/배 중진

라일락향기TS 2013. 10. 8. 18:18

사고의 계절/배 중진

어둠을 대신하여
안개가 자욱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종일 이슬비를 뿌리고 

갈라 터진 나무껍질을 뚫고
추운 날에도 아주 작고 신기한
잎이 삐져나오곤 했었는데
오늘따라 떨어져 수북이 쌓인 노란 잎을 보면서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하고
벌들이 윙윙거릴 때를 상기하고
날씨가 바뀌었다고
꽃을 지우듯 나뭇잎을 버리니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긴 겨울이 오고 있음을 어찌 알았더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도

둥치로 말을 대신하는 아카시아는

 

떨궈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알기에
봄에 아픔을 이겨냈듯이
더 추워지기 전에 또 버려야 함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리라

 

 

 

 

 

 

 

 

 

 

 

 

 

 

출처 : 배중진(裵重鎭)
글쓴이 : 배중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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